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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논설위원이 간다] 청년 일자리 안뺏고 이모작 성공한 퇴직자들의 비결

다혜 0 940 09.27 14:28


☞ 자세히 보기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5&aid=0002852466&sid1=001&lfrom=kakao



사회적 기업 활동하는 ‘제4섹터’
퇴직자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라

젊은층에게 지식ㆍ경험 전수 가능
컨설팅 해주되 멘토링에 무게 둬

퇴직자들 모여 3년 된 ‘브라보노’
‘경단녀’까지 참여해 일거리 늘어

 




퇴직자들의 블루오션 ‘제4섹터’


논설위원이 간다 | 김동호의 네오 사피엔스 

 



올해 창업 3년차를 맞이한 ‘브라보노’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국내외 금융회사ㆍIT기업 등을 퇴직한뒤 협동조합을 설립해 청년들이 세운 사회적 기업을 멘토링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인생 이모작은 어렵다. 현업에서 하루를 버티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인생 후반까지 걱정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시키랴 내집 마련하랴, 세월을 보내다 보면 정작 노후 준비는 뒷전이다. 그러다 막상 퇴직하면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다.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고, 창업을 하려니 실패 확률 높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이른바 제4섹터에서 소일거리를 찾았다. 1섹터가 정부, 2섹터가 민간, 3섹터가 시민단체라면 4섹터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 전반전을 끝낸 중장년 시니어들이 현업에서 익힌 지식과 경험을 주로 청년들에게 전수하는 마당이 되고 있다. 퇴직해도 약간의 생활비라도 벌고 사회활동을 위해 일해야 하는 ‘네오 사피엔스’에겐 인생이모작의 터전이다. 4섹터에서 인생 후반전의 길을 찾은 퇴직자 10명을 만나봤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서울 은평구 통일로에 자리잡은 서울혁신파크 회의실. 서울시가 중장년의 인생 이모작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회의실로 들어서자 이들은 워크숍을 하고 있었다. 내용은 사회적 기업이 공공기관에서 창업 자금을 받을 때 비즈니스 모델을 설득력 있게 프리젠테이션 하는 기법이었다. 이들은 이미 청년과 퇴직자를 대상으로 취업ㆍ창업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가를 불러 워크숍을 연 것이다

이들의 사업 기반은 협동조합이다. 이들은 2015 9월 인생 이모작을 위해 참여한 퇴직자 재교육기관에서 처음 만났다. 조합원 1인당 출자금 500만원씩 내고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이름은 ‘브라보노’라고 지었다. 그로부터 3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국내 자영업의 3년 생존률이 39%에 그친다는 점에서 보면 나름대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오히려 창업 초기보다 구성원이 늘어 10명이 됐고 사업도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보노 구성원들이 워크숍을 열고 있다. 김동호 기자

 



그동안 무엇을 해왔길래 살아남았는지 궁금했다. 노정구 이사장(66)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대뜸 “초창기 창업기를 벗어나 이제는 도약기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중장년 이모작의 세계에서는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다. 이들은 그동안 서울시, 사회연대은행, 동부여성발전센터,서울시50 재단 중부ㆍ남부캠퍼스, 광주광역시, 울산시 동구청, 신나는 조합 등의 의뢰를 받아 중장년과 청년들에게 취업ㆍ창업 교육을 해왔다

중장년 이모작에서 중요한 것은 젊은층과 안 부딛치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브라보노는 퇴직자중장년의 활동 무대인 제4섹터의 선구적 모델이다. 인생 이모작은 크게 생계형ㆍ공헌형ㆍ여가형 등 세 부류로 나눠진다. 가장 많은 것은 생계형으로 대다수 퇴직자는 여기에 해당된다. 경제적 준비가 안 됐으니 재취업이나 취업ㆍ창업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공헌형은 경제적으로 준비가 된 사람들이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전형적이다. 여가형은 위험한 일 벌이지 말고 편하게 즐기자는 사람들이다

실제로는 혼합형이 많다. 브라보노는 생계형ㆍ공헌형의 혼합형이라고 볼 수 있다. 현역 시절의 경험과 지식을 재활용해 청년과 중장년의 취업과 창업을 돕고 사회적 기업의 확산의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역량이 있는지는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동안 취득한 각종 인증서. 김동호 기자

 


업무를 총괄하는 노정구 이사장은 신용보증기금 본부장을 지냈다. 현역 시절 수만 개 기업의 창업을 지켜봤기 때문에 망하는 기업과 될 기업을 보는 눈을 갖고 있다. ‘경단녀’ 였던 박경임(57) 전무이사는 상당한 기간 전업주부로 지냈지만 미국ㆍ유럽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외국계기업의 정보기술(IT) 제품 구매 전문가다. 박 전무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 때 명예퇴직을 했는데 인생이 너무 길다는 생각에 다시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브라보노에는 여성 구성원이 박 전무 외에도 둘 더 있다. 그 중 외국계은행 지점장 출신인 백지원(51) 이사 역시 경단녀였다. 현역 시절 전문성을 활용해 지금은 재무회계와 전직지원 강연을 담당한다. 다른 구성원들도 그렇지만 얼굴만 보면 제 나이를 알아보기 어려울만큼 젊어 보인다. 네오 사피엔스의 가장 큰 특징이 넘치는 젊음이란 얘기다. 정운관(62)이사는 중견기업의 체코법인장을 지내 해외 사정에 밝다. 오재구(55) 이사는 외국계은행 전산팀 출신이다. 역시 외국계은행에서 지점장을 한 유범석(56)이사는 “재취업은 2~3년이면 다시 퇴사하게 되니 나의 일을 갖기 위해 이 모임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퇴직자들이 창업공간으로 활용하는 서울혁신파크. 임대료가 낮아 창업 부담을 덜어준다. 김동호 기자

 


가장 나이가 어린 최정환(43) 이사는 1975년 태어난 2차 베이부머(68~75년 출생자 604만 명). 아직 현업에 있을 나이지만 자신만의 일을 하기 위해 이 모임에 합류했다. 4섹터의 특성은 중장년이 청년과 부닥치는 게 아니라 협업이 가능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전문성을 확보한 이들은 요즘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이 전문성을 발휘하는 분야는 사회적 기업 컨설팅이다. 마침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포용적 성장’이 요구되면서 국내에서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 SK그룹을 비롯해 대기업들이 속속 사회적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바람을 타고 사회적 기업이 늘고 있지만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브라보노의 사업 기회는 여기서 나오고 있다. 중장년이나 청년이 사회적 기업을 세우면 브라보노가 재무 컨설팅과 마케팅 교육을 한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인재활동가이드’를 비롯해 그동안 출판한 책도 세 권이나 된다. 그만큼 전문성이 쌓였다는 얘기다

 




시니어들이 새롭게 창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 컨설팅과 함께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브라보노 제공



 

  주로 서울시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의뢰를 받아 수행하므로 용역 대가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수입이 많은 것은 아니다. 일의 성격상 최소한의 활동비 수준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잠재적인 고객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 시내 사회적 기업은 성수동 헤이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문을 열고 있다

노 이사장은 “기존에는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ㆍ케어서비스가 많았는데 지금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지식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사회적 기업은 주로 대기업들이 하지 못하고 있는 틈새시장을 파고 든다. 폐휴대폰을 수거해 리폼한 뒤 수출하거나 취약계층에 나눠주는 사회적 기업이 좋은 사례다. 커피 찌꺼기를 리사이클링하거나 IT교육 교재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도 브라보노의 컨설팅 대상이다. 브라보노는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 마인드과 조직 경험을 얘기해주고 금융과 마케팅을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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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터가 사회적 기업인 만큼 영리를 우선하는 컨설팅보다는 멘토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브라노보의 사업이 확장되고 있는 비결이다. 노 이사장은 “굳이 큰 돈을 벌지 않더라도 사회적 파급효과를 키워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시니어들이 퇴직하고 나서 집에서 놀거나 산에 다니기 보다는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롤모델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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