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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30만원 들고 ‘농장 세계일주’ 도전해보니

최고관리자 0 1,619 2017.07.26 21:28

[한겨레] [짬] 농사체험 다큐 ‘파밍 보이즈’ 권두현·김하석·유지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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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현(왼쪽부터)·유지황·김하석씨가 이탈리아 한 농가를 배경으로 셀카 촬영을 하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막막했다. 농사를 짓고 싶었다. 하지만 땅도, 자금도, 기술도 없었다. 집 주변의 노는 땅 100평(330㎡)을 주인에게 양해를 얻어 작물을 심었다. 파프리카, 고추, 오이, 방울토마토 등 7가지 채소를 키웠다. 공대를 졸업한 유지황(31)씨는 하숙집 동기인 김하석(30)씨와 함께 땅에서 땀을 흘렸다. 하지만 1년 만에 깨달았다. 이런 농사로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우연히 일본 농장을 열흘간 견학했다. 많이 달랐다. 궁금했다. 과연 농업 선진국의 청년 농부는 어떤 모습일까? 각자 30만원씩 호주머니에 넣고, 오스트레일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돌아오는 비행기값은 없었다. 꿈이 컸다. 세계를 돌며 농업을 배우고 싶었다. 딸기 농사를 짓다가 실패한 권두현(30)씨가 현지에서 합류했다. 그렇게 세 명의 청년 농군은 2013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2년 가까이 11개 나라 35개 농장을 돌면서 농업을 배웠다.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파밍 보이즈>는 그들의 유쾌하고도 의미있는, 땀내 나는 다큐멘터리다. 남들은 미래가 없다고 외면하는 농업을 세 젊은이가 파고들었다. 그리고 희망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생업에 바쁜 그들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값진 경험을 들었다.

대학 졸업했지만 앞길 막막·캄캄
‘청년 농부’ 같은 꿈 뭉친 삼총사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경비’ 모아
2년남짓 11개 나라 35개 농장 체험


셀카영상·감독들 가세해 ‘다큐’ 완성
지자체 농업 공무원들 단체관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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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파밍 보이즈’ 포스터. 이들의 셀카봉 영상에 변시연·장세정·강호준 영화감독 3명이 가세해 완성한 다큐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 입소문이 나며 지자체의 농업 관련 직원들의 단체관람도 늘고 있다.

세명 가운데 형님 격인 유씨는 벨기에의 ‘공동체 지원 농업’(CSA) 제도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농부는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의 일년 농사 계획을 설명한다. 지역 주민은 한 가구당 약 40만원을 농부에게 지원한다. 100가구만 모여도 약 4천만원의 영농자금이 모인다. 지자체는 농부에게 땅을 지원한다. 농작물을 수확할 때면 농부는 지원 주민들에게 알린다. 주민들은 마트에서 장을 보듯, 농장에 와서 원하는 농작물을 직접 채취해 간다. 선계약 직거래 방식이기에 농부는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고, 소비자는 좋은 먹거리를 유통 마진 없이, 싸게 공급받는다. 유씨는 “소비자들의 높은 의식이 농부들에게 정성껏 농사를 짓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며 “청년 농부가 자리잡기 힘든 한국의 현실에서 제도 도입을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1·2·3차 산업을 모두 합쳐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6차 산업’의 현장도 볼 수 있었다. 농산물의 생산·가공·소비까지 한자리에서 이뤄져 새로운 농촌 소득증대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김하석씨는 “농산물을 생산만 하던 농가가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 자원을 이용해 체험 프로그램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시켜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씨가 6차 산업의 예로 든 곳은 네덜란드의 스하펜스트레이크(샤펜스트릭) 농장. 농장주는 수백마리의 양을 직접 키우고(1차 산업), 양젖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2차 산업), 농장 안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판매(3차 산업)까지 했다.

김씨는 또 농사·영어·컴퓨터 세 과목에 집중돼 있는 인도네시아의 농업전문고교(러닝팜)의 교육과목도 인상 깊었다고 했다. 특히 유기농을 집중적으로 교육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었다.

세 젊은이는 처음 도전한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1년 동안 모진 고생을 했다. 마트 청소, 학교와 헬스장 청소, 타일 보조업무, 음식 배달 등 투잡, 스리잡을 뛰며 여행자금을 모았다. 그리고 라오스, 인도네시아, 인도,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농촌을 돌아다니며 그들의 농사 노하우를 배웠다. 여행 방식은 우핑(농장에서 일하며 보수로 숙식을 제공받는 것)이다. 권씨는 “우핑은 저렴하게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이동 경비 외에는 거의 돈 들어갈 일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배낭여행이 현지인들의 겉모습을 보는 데 그치는데 우핑은 그들과 함께 땀 흘리며 생활하며 배우는 것이 많다”고 추천했다.

권씨는 네덜란드의 ‘케어팜’처럼 치유가 가능한 농촌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케어팜은 몸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 교도소에서 갓 나온 전과자 등에게 노동을 제공한다. 이들은 평온한 자연 속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치유를 받는다. 그는 “농촌을 누구나 와서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농업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들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오스의 가나안 농장은 ‘일하지 않으면 음식도 없다’(No Work, No Food) 구호로 노동의 의미를 가르쳤다. 또 벨기에의 ‘도멘 드 그로’ 농장은 청년 농부들에게 무상으로 땅을 빌려주고 유기농법을 교육시켰다.

세 사람은 지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유씨는 경남 진주에서 농부를 위한 소형주택을 짓고 있다. ‘코북이’라는 이름의 6평짜리 소형 이동주택은 농촌에 정착하려는 이들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대안주택이다. 권씨는 고향인 경남 산청에서 가족과 함께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김씨는 친환경 먹거리 매장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당장 도전하세요. 혼자 말고 주변의 사람을 찾아서 같이 해요.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청춘이니까요.”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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