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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은 과연 농촌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다혜 0 1,122 08.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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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저소득... 침체된 미국 농촌

미국 농촌 지역도 노령 인구 비율이 높습니다. 지난해 미국 인구 조사에서 65세 인구 비율이 높게 나온 주(州)는 플로리다(19.9%) 메인(19.4%) 웨스트버지니아(18.8%) 버몬트(18.1%) 등의 순으로 농업 비중이 큰 지역들이었습니다. 국제연합이 65세 이상의 인구가 14%를 넘는 사회를 '고령(aged) 사회', 20%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를 '초고령 사회'라고 부른 것을 참고하면 미국 농촌의 고령화 문제가 더 와 닿습니다. 학교와 병원들도 문을 닫았고 일자리 역시 전망이 좋지 않다는 평입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미국 농촌 지역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또한 있습니다. 미국 식품 전문지 시빌 이츠(Civil Eats)는 몇몇 농촌 지역들이 휴대전화도 보급되지 않았을 만큼 침체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시장은 지금 유기농이 대세

미국 농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기농업'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 식품 시장에 건강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입니다. KOTRA는 건강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미국 유기농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미국 농무부 산하 국가 농업통계서비스(NASS)는 
미국의 2016년 유기농 축산물 판매액을 76억 달러(8조1500억 원)로 발표했습니다. 2015년 62억 달러(6조6500억 원)에 비해 약 23% 늘었습니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장 역시 2015년보다 11% 늘어난 1만4217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9월 미국 유기농 무역 협회(OTA, Organic Trade Association)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기농 식품의 주요 구매자들은 밀레니얼 세대였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소비자들로 식품의 안전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미국 유기농 무역 협회는 전체 밀레니얼 세대의 약 80%가 15년 이내에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기농 축산물의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지난해 12월 18일 미국 의원들은 유기농 생산 업체의 자격을 확대하는 법안인 '유기농 농민 접근법(Organic Farmers Access Act, 이하 유기농진흥법)'을 발의했습니다. 대표적인 농업 지역 버몬트 주 출신의 피터 웰치 민주당 의원과 위스콘신 주의 숀 도피 공화당 하원 의원이 나섰습니다. 당파를 떠나 유기농으로 농촌 경제의 발전을 촉진해보겠다는 것입니다. 피터 웰치 의원은 "미국 농촌 지역이 실질적인 경제적 기회를 찾도록 두 팔 걷어 도와야 한다"며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유기농업에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기농진흥법은 한마디로 국가적으로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들을 인증해, 보조금을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은 법안입니다. 농촌 지역의 사업과 미국 내 지역 생산 농산물, 그리고 부가 가치 농산물 시장 개발에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것이 구체적인 내용입니다. 유기농업의 확대를 돕기 위한 대출 제도도 마련됐습니다. 미국 유기농 무역 협회의 로라 바차 대표는 "우수한 유기 농산물을 재배하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고 지역 사회의 복지와 농촌 경제를 튼튼하게 할 수 있다"며 유기농진흥법을 적극 지지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유기농업을 진행한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소득이 늘었습니다. 미국 유기농 무역 협회와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교 농업경제학과의 에드워드 재니크 부교수의 2016년 연구 결과입니다. 연구는 '온점(Hot Spot)'과 '냉점(Cold Spot)'이라는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거나 처리하는 비중이 높은 곳을 온점, 유기농 비율이 낮은 곳을 냉점으로 정한 것입니다. 온점으로 표시된 유기농 농업에 집중한 주(州)는 중간소득*이 연간 2000달러(약 215만 원)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한 지역 전체의 빈곤율이 1.3% 포인트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유기농 무역 협회는 유기농업을 하는지의 여부가 경제 개발 도구로 사용될 수 있고,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온점으로 표시된 주 대부분은 캘리포니아 오리건 펜실베이니아 뉴욕처럼 큰 도시를 품고 있는 지역들이었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선호해 유기농이라는 프리미엄 상품에 돈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는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중간소득* : 상위 소득자와 하위 소득자의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

과연 최선책일까


그러나 미국의 모든 농민들이 유기농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농무부의 전직 직원이자 농업 전문 상담가 파피 데이비스
는 "
침체된 농촌을 개발하는 데는 엄청난 돈이 필요한데 유기농 농업에만 특권을 주고 있다. 전체 농업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근시안적인 전략으로 너무 작은 이해 집단만을 위한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이어 "온점으로 표시된 지역에서 유기농업으로 경제 성장 효과가 있었다고 해도 그 방식이 다른 주에도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뒷받침했습니다. 또한 "소규모의 농민들은 기대하는 만큼 유기농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유기 농산물의 가격이 떨어져 소득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 유기농은 어떻게 되고 있나


한국 유기농 시장은 어떠할까요. 1994년 제정된 국내 친환경농업육성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정부는 이법안에 따라 5년마다 친환경농업의 발전을 위한 친환경농업 육성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에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년 계획(2016~2020)을 발표했습니다. 2016년 당시 1조4000억 원 규모의 친환경농산물 시장을 2020년까지 2조5000억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2020년까지 무농약 이상의 친환경 농산물의 재배면적 비율을 2016년 4.5%(7만5000ha)에서 8%(13만3000ha)로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친환경 인증 제도를 도입해 직불금(장려금)을 주며 농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시설 현대화 등의 사업에도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친환경 인증 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살충제 달걀 파동 당시 적발되었던 농가 7곳 중 6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살충제 달걀 관련, 전국 1239개 농가를 대상으로 재조사한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52개 농가 중 31개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지원 받을 수 있는 직불금과 일반 상품보다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는 점이 유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민들은 유기농업을 쉬운 길을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합니다.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뿌리면 보다 쉽고 굵직한 농산물을 얻을 수 있는데 일일이 품을 들여 벌레를 잡고 풀을 뽑는 번거로움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계점도 있지만 고령화와 경제난으로 위기를 겪던 미국 농촌이 유기농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있었습니다.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한국 정부는 식품안전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안전 개선 종합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농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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