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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시대에 뜨는 직업 '농부'

다혜 0 696 11.19 11:07

☞ 자세히 보기 : https://news.v.daum.net/v/20181117150015071 


 

일러스트 서춘경, 박장규

세계적인 투자자이자 미국 사업가인 짐 로저스는 2017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좋은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지금 삶이 마음에 안 든다면 농부가 돼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20~30년 뒤 농부가 가장 좋은 직업이 될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가까운 미래에 사람 수에 비해 농산물이 부족한 ‘식량 위기’가 닥칠 거라 예상되기 때문이에요. 유엔은 2050년 세계 인구가 97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이처럼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옥수수와 밀 등 주요 식량을 생산하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2017년 미국립과학원회보는 논문 70여 편을 분석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21세기 말 전세계 주요 곡물 생산량이 18.2%나 줄어든다고 추정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농부도 부족하다는 거예요. 농부의 평균 연령이 한국은 66, 미국은 58세 등으로 높아 이들이 은퇴하면 그 수가 급격히 줄지요. 이 때문에 농부의 역할은 전세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복잡한 도시에 염증을 느껴 농촌으로 돌아가는 귀농 현상은 농업을 활성화시키고 있어요. 인공지능으로 오이를 분류하는 기계를 만든 일본 농부 마코토 코이케가 대표적인 사례예요자동차 회사에서 설계자로 일하던 코이케는 도시 생활에 싫증을 느껴 2015년부터 부모님의 오이 농장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귀농 이후 코이케는 오이를 분류하는 작업에 큰 문제를 느꼈어요. 오이의 크기와 두께, 색깔, 질감, 흠집을 일일이 살피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코이케는 “분류 체계를 배우는 데 몇 달이 걸린 데다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기도 어려웠다”고 토로했어요.

그러다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본 코이케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오이 분류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공개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사용법을 공부한 뒤 수많은 오이 사진을 직접 찍어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학습시켰어요. 그러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비슷한 오이끼리 분류할 수 있죠.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 오이 분류기는 정확도가 70%에 달해 일손을 크게 덜었답니다.


인공지능이 오이를 분류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등급이 분류된 오이 7,000개를 일일이 카메라로 찍습니다. 오이는 가시가 뾰족하고 직선이며 색깔이 선명할수록 품질이 좋습니다. 그 다음 오이 사진 7000장과 각 오이가 몇 등급인지 인공지능 프로그램에게 학습시킨 뒤, 오이 분류기에 설치합니다. 마지막으로 새 오이가 분류기에 들어오면 분류기는 사진을 찍어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보냅니다. AI 사진을 보고 오이를 분류합니다.


스마트폰과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농장에

지난 2월 농촌진흥청은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2세대 스마트팜을 올해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스마트팜’이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농장을 말해요. 스마트팜의 형태는 게임을 하듯 스마트폰을 터치해 멀리서도 물을 주는 농장부터 로봇을 쓰는 농장까지 다양합니다.  

실제 농장들은 스마트팜 기술로 폭염과 같은 피해를 예방하고 있습니요. 최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양승환 수석연구원이 개발해 화성의 포도 농가 50곳에 적용한 원격 제어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온도와 습도 등 6가지 정보를 센서로 측정하며 폭염과 한파, 장마 등으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면 알람을 보냅니다. 농부는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물을 뿌리는 등의 명령만 하면 피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로 키워 지난 8월에 처음 수확된 포도도 폭염 피해를 빗겨갔습니다.

축산 농가도 이 기술이 절실해 충남 당진의 농장이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동물농장은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동물이 열에 약해 더위에 의한 피해가 큽니다양 연구원은 “높은 온도에 몇 시간 노출되면 닭은 수만 마리, 돼지는 수백 마리가 죽는다”며, “이때 스마트팜 기술로 문만 열어줘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노공학자의 도시 텃밭 ‘클라스’

사람은 건강 상태를 확인할 때 체온을 재거나 피를 뽑습니다농사를 지을 때도 온도와 습도 같은 바깥 환경뿐만 아니라 식물 내부 정보를 확인하면 농작물을 더 잘 기를 수 있습니다


2017년 서울대 기계공학부 이정훈 교수팀은 ‘텔로팜’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식물의 생체 정보를 파악하는 칩인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를 개발했어요. MEMS’는 환경 센서 등에 쓰기 위해 매우 작게 만드는 기계로, 10억 분의 1m의 크기를 다루는 나노기술이 필요합니다. 텔로팜은 서울대학교 근처에 텃밭 ‘도시농업연구소’를 짓고 MEMS를 이용해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MEMS를 줄기에 꽂으면 식물이 물과 비료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요. 식물은 뿌리에서 물과 비료를 흡수한 뒤 물관을 통해 잎까지 옮깁니다.  물은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양분을 만드는 광합성에 사용됩니다. 이 양분은 비료와 합쳐져 체관을 통해 몸 곳곳으로 퍼져요. 특히 식물은 열매에 최대한 많은 양분을 저장하려 하기 때문에, 광합성을 많이 할수록 맛있고 큰 토마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교수팀은 MEMS를 줄기의 물관에 꽂아 물관을 지나는 비료와 물의 양을 실시간으로 측정했습니다. 비료는 전기를 띠기 때문에 MEMS가 측정하는 전류의 크기가 클수록 비료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MEMS는 열을 발생시킨 뒤 열이 식는 속도로 물의 속도를 재요. 열이 빨리 식으면 물의 속도가 빠르다는 뜻입니다.

MEMS로 물의 속도와 비료의 양을 알아내면 크고 맛있는 토마토를 만들 수 있습니다. 햇빛이 강할 때 광합성이 최대한 많이 일어나도록 물과 비료를 부족하지 않게 줄 수 있습니다반대로 햇빛이 적을 땐 불필요한 물과 비료를 주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정밀하게 측정하지 못하는 보통 농가는 물과 비료를 30% 정도 버리지만, 도시농업연구소는 낭비하는 양이 거의 없습니다.


미생물이 식물을 살린다! 우주농업

지난 5월 브로콜리 씨앗 6개가 미국 버지니아주 왈로프 섬에서 출발한 우주선 ‘오비탈 ATK 시그너스’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했습니다. 이 씨앗들은 우주 농업 연구에 쓰일 거예요. ISS 2015년부터 ‘베지’라는 농장에서 상추와 토마토 등을 키우고 있습니다. 태양 빛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대신하고흙이 필요 없는 수경재배 방식을 사용해 비료와 물을 줍니다.

하지만 우주 농사는 쉽지 않습니다. 중력이 매우 작아 식물이 필요한 물과 비료를 구석구석까지 전달받기 힘듭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브로콜리 씨앗 표면에 미생물을 씌웠습니다. 이 미생물은 공기 중에서 질소를 먹은 뒤 식물에게 필요한 비료로 바뀝니다. 이 비료는 식물이 흡수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워싱턴대의 샤론 도티 교수는 2016년에 식물이 미생물의 도움을 받으면 가뭄과 같은 나쁜 환경에서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도티 교수는 중력이 작은 공간에서도 미생물이 식물에서 잘 성장할지 확인할 예정이에요. 지금까지 ISS에서 여러 농업 실험이 이뤄졌지만 미생물을 이용하는 연구는 처음이랍니다.


메마른 땅에 물을! 사막농업

기후 변화로 가뭄이 잦아지고 각종 개발로 삼림이 파괴되면서 지구 곳곳에서 남한 면적의 땅이 매년 사막이 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과학자 크리스티안 올레센은 이런 사막화의 대안으로 사막 농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017 12, 올레센은 아랍에미리트의 한 사막 농장에서 콩을 키우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사막은 물을 구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모래가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부족해 물을 오랫동안 머금지 못합니다모래에 물을 부으면 물이 금세 증발되거나 모래를 통과해버립니다

올레센은 모래를 식물이 자라기 좋은 흙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나노 크기로 만든 진흙 입자를 물에 섞어 ‘나노 진흙’을 만들었지요나노 진흙을 모래와 합치면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강해져 물을 더 오랫동안 머금을 수 있습니다. 올레센의 실험 결과, 나노 진흙을 쓴 농장은 물을 50% 이상 절약했습니다.


농부야, 개발자야? 로봇도 자급자족, 청년 농부 하병욱 씨

실제로 농부가 되기로 결심한 청년 중에도 필요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개발자인지 농부인지 헷갈리는 하병욱 씨는 경남 진주에서 나고 자란 올해 28세인 농부입니다. 4 전 딸기 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시작했다가 올해 3월부터 강원도 정선에서 곤드레를 키우고 있지요. 낮에는 농사 짓고 밤에는 로봇을 만듭니다 



Q  어떤 로봇을 만드는 건가요

자동으로 밭을 갈고 씨도 뿌리고 물도 주고 수확까지 하는 로봇이에요. 밭은 작물이 자라도록 흙을 쌓은 ‘이랑’과 사람이 지나다니도록 낮게 만든 ‘고랑’이 번갈아가며 이어져 있어요. 제가 만드는 로봇은 연속된 두 고랑에 각각 발을 두고 이랑 위를 지나다닐 거예요. 로봇에 여러 기계를 바꿔 연결할 수 있게 해, 물을 주는 기계를 달면 물을 주고 로봇팔을 달면 수확을 하도록 만들 거랍니다.

Q  실천에 옮긴 계기가 있나요?

대학 때 네덜란드에서 1년 동안 농장 실습 교육에 참여했어요. 이때 완전 자동 꽃 농장을 처음 봤지요. 사람이 앉아서 버튼을 누르면 로봇이 꽃을 가지고 와서 선별기에 올려요. 선별기는 꽃에 흠집이 있는지, 얼마나 폈는지를 보고 자동으로 분류하죠.

그때는 막연히 농장 자동화를 하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절실해졌어요. 봄에 딸기가 막 나오는데 3일 밤을 새도 딸 수가 없는 거예요. 나만 이렇게 힘든가 싶어서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그래서 아는 프로그래머 형에게 딸기 따는 로봇 좀 못 만드냐고 했더니 대뜸 쉽다고 답하는 거예요. 그래서 무턱대고 시작했죠. 소프트웨어는 형이 만들고, 로봇 본체는 같이 만들고 있어요.

Q  로봇을 개발하는 게 어렵지 않나요?

제가 공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조금씩 배워가며 하고 있어요. 하루는 로봇이 너무 커서 로봇을 보관할 창고의 문을 새로 짜야했어요. 기왕 하는 거 스마트폰을 이용해 창고 문을 원격으로 열고 닫는 기술을 만들어보기로 했죠. 부품도 사고 설계도도 그리고, 여러 실패를 거듭하면서 문 만드는 데만 한 달이 걸렸어요. 그 다음엔 창고 불을 켜고 끄는 것도 만들었고요궁극적으로는 로봇이 자동으로 문을 열고 창고에 들어와 충전하고 나가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원격 제어 창고문 바로가기 

우리 로봇은 앞을 보고 움직이는 방식이에요. 카메라로 들어온 영상을 분석해서 눈앞에 있는 게 어떤 작물인지, 이랑과 고랑이 어딘지 파악해서 스스로 움직이는 거죠. 자율주행차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더불어 이런 로봇을 최대한 싸게 만들고 싶어요. 미국에도 자동화된 트렉터가 있지만 가격이 1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 비싸거든요. 평범한 농민도 로봇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1차 로봇은 실패했고 지금은 2차 로봇을 만들고 있어요. 3차 로봇은 진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게 목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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